한국어 교사로서 처음으로 수업을 하던 날은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다.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며 공부를 할 때만 해도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일이 이렇게나 설레고 즐거운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첫 수업을 준비하는 일주일 내내 아무것도 못하고 수업 준비에 온 정신을 쏟았다. 어찌나 떨리고 긴장이 되던지……. 첫 인사로 어떤 말을 할지, 학생들과 어떻게 친해질지, 어떤 재미있는 말로 학생들을 웃게 할지 등의 내용을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는 교안에 빽빽이 적어 나갔다. 쓰고 읽고 연습하기를 반복했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첫 수업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한 첫 수업은 아쉽게도 내가 준비한 것의 절반도 못하고 끝이 났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도 나오면
 
“어…… 그게…… 그러니까……”
 
이러면서 당황하기만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수업을 하면서, 하나라도 더 알려 주고 싶은 나의 마음과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학생들의 의지로 나는 하루하루 뿌듯함을 느끼고, 그에 대한 자부심은 커져만 간다. 그날 배운 문법을 사용하여 대화하려는 학생들을 보면 정말 한없이 예뻐 보일 뿐이다. 한국어 외에 한국 생활을 하며 겪는 어려움이나 이성 친구와 관련된 고민을 털어놓으며 사제 간 이상의 사이가 되는 것은 나에게 정말 신나는 일이다. 단순히 ‘한국어 선생님’이 아닌,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언니, 누나처럼 옆에서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가끔 한국의 클럽이 궁금하다며 같이 가자는 학생이 있어 난감할 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중국인 학생들이 많아서 그 친구들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 위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직 초급 수준이지만 학생들과 한마디라도 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어와 비교하며 알려 주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중국어로 말하는 것을 내가 알아듣고 아는 척이라도 하면, 한국어 선생님이 중국어를 하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한지 웃음을 터뜨리곤 한다. 또한 내가 중국어를 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한국어를 하는 실력이 월등한지라,
 
“선생님에 비하면 너희들은 정말 잘하는 거야.”
 
라며 격려하는 것도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 미국, 카메룬 등에서 온 학생들이 저마다 얼굴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데 아무렇지 않게 한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서툰 한국말을 하며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처럼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며칠 전에 3급 학생들에게 ‘-바라다’라는 문법을 가르쳤을 때의 일이다. 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많이 사용하는 문법이라며 ‘-바랍니다’의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또 ‘-바라요’라고도 사용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잘못된 형태로 ‘-바래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한 학생이
 
“선생님, 그럼 한국어 도우미한테 제가 도우미가 될 수 있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을 싫증을 내고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또, 문법을 배운 후 활용 연습을 할 때는
 
“선생님이 자주 전화하기를 바라요.”
“선생님처럼 예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나와 관련된 내용의 대답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학생들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함박웃음을 짓곤 한다.
 
한국어 수업을 하면서 나의 생활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올바른 언어뿐만 아니라 올바른 문화와 생활 등을 알려 줘야 하기 때문에 길을 걷다가, 혹은 책에 있는 오타, 잘못된 표현을 사용한 문구 등을 보면 고쳐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기본이다. 오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 또한 줄임말을 사용하고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면서 말을 할 때도 있지만, 내가 아닌 상대방이 잘못 쓰는 표현은 꼭 정정을 해주게 된다.
 
수업 시간에 사용하면 좋을 만한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수집하게 되고, 한 번이라도 어설프고 알차지 않은 수업이 없도록 노력한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면 공부는 좀 등한시할 수도 있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공부를 더 해야 하는 시점임을 깨닫게 되었다. 또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책임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이 또한 감사하게 생각한다.
 
수업 중 어느 한 시간도 소중하지 않은 때가 없다. 학생들 덕분에 더 많이 웃고, 덕분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대신 학생들은 내가 느끼지 못할 많은 것들을 나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나 보다. 앞으로 더욱 발전할 한국어 교육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나의 노력과 열정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