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어려운 문제를 가져와 도움을 요청해서 설명해 주면 선생님의 설명보다도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안정적이고 존경받을 수 있는 직업이라며 교직으로 나가길 원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때 가르치는 일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그래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저와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중문과 졸업 후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중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볼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지만 너무너무 재미있고 신나는 경험이었습니다. 뒤늦게 발견한 흥미와 적성에 고민이 없지는 않았지만 100세 인생 시대이니까 아직은 어리고 젊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천천히 차근차근 새로 공부하고 있는 30대 여자입니다.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그저 한국어 의사 소통에 문제가 없을 뿐이지 한국어 교육에 필요한 모든 한국어 문법과 어휘, 한국 역사와 문화 등등을 모두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몇년 간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은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고 체계도 많이 잡혔습니다. 혼자 자료를 찾고 연구하는 것도 나름 독특한 교수 방법을 만들어 갈 수 있겠지만 이미 이루어진 것들을 기본부터 하나하나 배우면 균형잡힌 지식과 노하우를 체계를 갖고 익힐 수 있으며 시간 절약도 되고 인정도 받을 수 있습니다. 직접 수업을 들으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다행히 온라인 과정이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비교적 편하게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경험자들의 평가와 각 기관의 사이트를 꼼꼼히 살펴 본 후 일단 배론에서 한국어 교육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학점 은행제의 특성상 한 기관에서만 꼭 다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 드는 수업을 찾아서 다른 여러 기관에서 나누어 들어도 상관은 없지만 여러 분야와 기관에서 활약 중이신 우수 교수진의 강의가 모여있고 관리도 잘 해주셔서 굳이 내가 손품 팔며 여기저기 알아볼 필요가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2학기 째에도 모든 수업을 배론에서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난 학기는 개인적으로 너무 바빠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온라인 학점 은행제를 수강하시는 학습자분들 중에서도 수업만 들으시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갖고 계시거나 다른 공부를 함께 하시는 분들도 많으리라 짐작됩니다. 수면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바쁜 생활을 하다보니 중간 기말 시험과 과제 제출 기간은 물론이고 2주라는 출석 인정 기간도 제대로 챙기기 힘들었습니다. 만약 학사 일정에 맞추어 여러 번 사전 안내 메일과 확인 메일을 보내주시지 않으셨다면 지금처럼 장학 수기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출석 부족이나 시험 미응시로 수료조차 못해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과정 전체를 포기할까 고민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꼼꼼한 관리야말로 배론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공부라서 첫 학기에는 수업을 다시 듣는다는 것 자체가 재미도 있지만 적응 안 되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수업 자체와 시험은 여러 과목을 수강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요령을 익힐 수 있었는데 과제는 사실 아직도 조금 힘든 부분입니다. 가끔 개인적인 기대나 노력과 비례하지 않는 점수와 평가를 받았을 때는 어리둥절하기도 했습니다. 그 동안 교수님들이 주신 과제 평가를 통해 종합해 보니 과목마다 교수님마다 정말 다른 내용과 형태의 과제 주제를 주시는데 어떤 주제이든 상관 없이 논문 형태의 형식으로 이론 연구들을 기본 뼈대로 해야하며 이를 자료로 삼은 논문과 똑같이 쓰지 말고 자기의 생각을 바탕으로 서술해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형식과 이론, 그리고 조금의 자기 시각만 있다면 특별하지 않은 것이라도 후하게 점수를 주시는 것 같습니다.

자격증 취득은 한국어 교육자로서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 단계일 뿐입니다. 그저 기초를 닦은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좀더 공부를 할 계획입니다. 책과 교수님들의 명강의를 통한 공부 뿐만 아니라 실제 외국인에게 가르쳐보는 것 역시 큰 공부가 됩니다. 한국내에서와 외국에서의 교육 경험 기회를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수업도 해보면서 이론적인 연구도 함께 계속해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학점 은행제 과정은 최소 3학기, 즉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기간 동안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고 본래의 생각과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어를 하루 아침에 배울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과 투자가 필요한 것처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입니다.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큰 그림을 그리시길 바랍니다.